
경찰특공대가 출동해서 시위를 진압하고, 살수차가 시민들에게 물을 쏘는 2008년의 대한민국 현실에 우선 안타까움이 먼저 밀려듭니다.
2008년 6월 1일 시청앞에는 다음 카페 중에서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는 카페의 회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새틴, 쌍코, 소드... 세 카페의 회원규모는 수십만명이 넘는데요. 이름만 봐서는 어떤 카페인지 모르겠지만 각각 미용, 옷, 성형수술과 같은 주제를 가진 카페라고 합니다. 참석자 중에 한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원래는 정치 글을 잘 올라오지 않는데. 요즘은 카페의 정체성이 모호할 정도로 대부분 최근 사태에 관한 글이 게시판을 채우고 있다고 합니다. 회원 대부분의 여성이거나, 여성만 가입되는 탓에 이날 촛불문화제 참석한 길게 늘어선 사람들 중에서 70-80%는 여자분들로만 채워졌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 거리를 행진하며 대열은 앞으로 갔다가, 제자리에 서거나, 뒤로 밀리기 일쑤였습니다. 오랜 시간 그런 행보가 계속되고 있었고 답답한 기분과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누구하나 대열을 이탈하거나 불평을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뒤로 줄이 밀렸고 옆에 있던 누군가가 뒷 사람의 발을 밟았습니다. 먼저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나왔고, 뒤에 계신 분이 "걱정말고 밟으셔도 괜찮아요"라고 하시더군요.

#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니, 다들 프락치와 사복경찰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에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08년의 대한민국에 군사정권에나 등장했을 법한 단어가 등장하다니...

# 행진이 이어질 즈음, 누군가 다른 곳에 살수차가 등장했다는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사람들은 몇몇 비옷을 꺼내입었습니다. 비옷을 꺼내 입는 것은 옷이 젖는 것을 막으려는 생각이였겠지만, 살수차가 등장해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했겠죠. 내가 본 사람들이 거리에서 한 것이라고는 구호를 외치고, 대열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행여 피해가 갈까 걱정하는 모습 뿐이였는데... 왜 이 사람들은 공포스러운 살수차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일까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 행렬이 자꾸 멈추자, 저는 대열을 이탈해서 경찰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가장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앞에 경찰차 수십여대가 길을 완전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방어막은 견고해보였고, 시민들을 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위험한 행동을 하려고 하면, 동시에 여러곳에서 '하지마세요'라는 말이 쏟아졌습니다.

# 방어막 뒤에 있을 경찰도 20대의 젊은이가 대부분일 것이고, 약간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 역시 국가의 부름(전투경찰의 경우는 군복무 중입니다)을 받고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서게 됐을텐데... 그들의 아버지, 어머니, 동생, 친구, 애인과 같은 사람과 대치해야 하는 상황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촛불집회가 며칠째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느끼는 피로도 만만치 않을거라 생각됐습니다. 그래서 자칫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변할까 걱정스럽기도 했구요.

# 잠시 후 웅성웅성거리는 쪽을 보니, 여기저기서 '찍지마세요'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봤더니 길게 늘여뜨려진 경찰 버스 사이로 경찰쪽에서 막대기에 카메라를 달아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저렇게까지 해야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앞에두고,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상황. 버스 안에서 경찰은 카메라로 앞에 있는 사람들을 찍고 있었고, 시민들은 태극기를 이용해서 버스를 덮었습니다. 시민의 손에 들려서 태극기가 세종로에 나온 것은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가 처음이 아니였을까요. 2002년의 월드컵과, 2008년의 촛불시위는 전혀 다른 성격이였지만, 그 정도의 열기가 시민들에게 느껴졌습니다.

# 앞에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에서 나와서 촛불을 들고 있었습니다. 다른 정치인들처럼 기자들의 카메라가 아니라, 시민들의 제일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웬지 가슴이 뜨거워지더군요.

# 재미있었던 모습 중에 하나는 9시가 되자, 여기저기서 휴대폰을 꺼내들고 DMB를 보던 모습입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DMB를 통해 뉴스를 보는 모습인데요. 뉴스는 전부 MBC 9시 뉴스였습니다. 경찰이 진압 장면이 나오자, 모두들 안타까운 탄식의 소리가 지나칩니다.
# 촛불문화제를 지켜보면서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국민들의 분노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일까요? 시간이 지나서 국민들이 지치길 기다리는 걸까요? 한나라당도 정신 바짝차리시고 상황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민심이 한나라당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번주 6월 6일이 현충일입니다. 금요일이구요. 6, 7, 8일로 이어지는 3일간의 휴일 탓에 6월 5일에 대규모 촛불문화제가 예정되어 있다는군요. 특히나 6월 10일은 1987년의 민주항쟁 기념일이기도 한데... 부디 이명박 대통령께서 지금까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결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지금 국민들이 대통령의 결정을 용납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도 연행되고, 변호사도 연행되는 상황이니... 과연 그렇게 될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만...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ps) 가급적 사진은 얼굴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만 첨부했습니다. 혹시 문제가 있으신 분은 알려주세요.











